[KR] 잊을 수 없었던 낯선 사람

오늘 남편과 Ramapo Valley를 걷다가 한 여성을 만났다.

우리는 평소처럼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여성이 말을 걸었다.

“실례가 아니라면 질문 하나 해도 될까요? 지금 하신 말이 일본어인가요?”

우리는 한국어라고 대답했다. 그녀는 조금 머쓱해하며 미안하다고 했지만, 듣기에 좋아서 꼭 물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요즘 피아노를 치고 독일어를 공부하면서, 언어와 소리가 어떻게 들리는지에 자주 집중하게 된다고 했다.

백발에 안경은 쓰지 않았고, 혼자 산길을 걷고 있던 그녀는 처음에는 그저 이곳을 오래 다닌 사람처럼 보였다. 실제로도 예전부터 혼자 이 산에 자주 왔다고 했다. 요즘은 이곳이 너무 많이 알려져 예전 같지 않아 조금 아쉽다는 이야기도 했다.

우리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교사였고, 한때 미주리에 살았으며 예술 작업도 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가 어떻게 다르게 들리는지 진심으로 궁금해했다. 나와 남편이 세 언어의 기본 인사를 차례로 들려주는 동안, 그녀는 더 이해하려는 듯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그때의 눈빛이 유난히 맑았다. 단순히 친절한 사람의 표정이 아니라, 무언가를 정말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의 눈이었다. 그 호기심이 따뜻하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녀는 에밀리 디킨슨과 바흐 이야기도 꺼냈다. 나는 속으로 무척 반가웠지만, 영어가 아직 서툴고 낯선 사람 앞에서는 금세 조용해지는 성격이라 하고 싶었던 말을 다 전하지 못했다. 나도 『The Gorgeous Nothings』를 정말 좋아한다고, 예전에 바흐의 푸가에서 영감을 받아 전자음악을 만든 적이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대화가 끝난 뒤에야 그 문장들이 하나씩 뒤늦게 떠올랐다.

산에서 내려오는 동안 남편과 계속 그녀에 대해 이야기했다. 눈빛이 정말 맑았다고, 나이가 들어서도 저렇게 무언가를 궁금해하고 배우려는 태도를 지닐 수 있다는 것이 아름답다고 몇 번이나 말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생각났다. 연락처를 묻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기억나는 것은 이름뿐이었다. 성은 전혀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이름의 철자를 바꾸고, 기억나는 단어들을 조합해가며 검색하기 시작했다. 교사, 미주리, 예술, 독일어. 배우도 나오고, 교수도 나오고, 미술 강사와 사서도 나왔다. 영상과 사진을 하나씩 보며 계속 “아닌데”를 반복했다.

중간에는 정말 찾지 못할 것 같았다. 산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을 이름 하나만으로 찾겠다는 것이 애초에 무리처럼 느껴졌다. 그런데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 짧은 만남이 이상할 만큼 선명했기 때문이다. 찾는 동안 잊고 있던 단서들도 조금씩 돌아왔다. 교사라는 말, 미주리에 살았다는 이야기, 예술과 독일어, 그리고 이름의 소리.

그러다 마침내 그녀의 이름을 발견했다.

사진을 보자마자 알 것 같았다. 포트폴리오를 열어본 순간에는 더 확실해졌다. 작품에는 겹겹이 쌓인 레이어가 있었고, 그 사이로 열려 있으면서도 서두르지 않는 감각이 흘렀다. 말로 설명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내가 작업에 접근하는 방식과도 어딘가 가까운 감각이었다. 산길에서 나눈 대화가 작품 안에서 다른 형태로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았다.

찾았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서 한동안 울컥했다. 오늘 우연히 만난 사람이 단순히 인상 깊은 낯선 사람으로 끝나지 않고, 이름과 작업을 가진 한 사람으로 다시 이어졌다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결국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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