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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달력에 기록하는 노인

오래전부터 나이 든 어른들이 달력에 자신이 한 일과 앞으로 할 일을 꼼꼼히 기록하는 모습을 보며 멋있다고 생각했다. 잊지 않기 위해 적어두고,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돌보는 태도가 좋아 보였다. 요가원에서 요가를 가르칠 때도 가장 부러웠던 사람은 몸매가 뛰어나거나 어려운 아사나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매일 빠짐없이 10년 동안 요가를 해온 한 어르신이었다. 회색빛 머리를 하고 있었지만 몸은 아주 균형 잡혀 있었고, 나보다도 유연했다. 그 꾸준함과 자기 자신을 잘 관리하는 데서 나오는 자신감이 정말 멋있었다. 나도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구체적으로 들고 있다. 이번에 직접 만든 웹사이트 SOFT SYSTEMS (이 블로그 보는 분들은 나에게 어느정도 관심이나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라 믿고 https://softsystems-zyok.vercel.app/ 미리 공개해본다) 도 그 생각을 실천해본 결과 중 하나다. 이 작업을 하면서 VS Code도 처음 알게 되었고, 웹사이트가 대략 어떤 구조로 만들어지는지도 조금 이해하게 되어 기쁘다. 이런 작업을 하다보니 코딩을 배우러 커뮤니티 컬리지에 가는 것도 남편과 함께 고려하게 되었고, Max/MSP도 독학하기로 결심했다. 앞으로 무엇을 더 배우고 만들게 될지, 기쁜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나저나 오늘부터는 책 작업의 본격적인 마감을 향해 달려가는 나날이 시작된다……

[KR] 여름이라서 가능한

요즘 러닝이고 토플 공부고 작업이고 엄청나게 열심히 하고 있다. 갑자기 어디서 이런 의지와 집중력이 생겼나? 놀랍고.. 기쁘다.. 그런데 몰두해서 살아가다가도 문득 몇 시간이라도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열심히 하니까 쉬고싶은 건 당연한 건데)마음이 꽤 어려워진다... 그냥 쉬면 되는데... 그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쉬고 싶으면서도 쉬는 시간이 불안하고, 멈추고 싶으면서도 멈추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압박감은 사실 평생에 걸쳐서 받아왔던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럴 때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하고 있는지, 정말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건지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요즘은 그럴 때마다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여름이라 가능한 거라고. 지금 내가 이렇게 달릴 수 있는 것도 계절의 힘 안에 있는 일이라고. 나는 평생 매일 이렇게 달리지는 않을거라고. 가을이 오면 조금씩 속도가 느려질 것이고, 겨울이 되면 다시 고요히 침잠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이 과열된 에너지도 영원한 상태가 아니라, 여름이라는 계절 안에서 잠시 돋아난 리듬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갑자기 힘이난다.  나는 계절에 꽤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건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가 소마틱스와 인요가를 통해 더 깊이 체감한 사실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몸과 마음은 미묘하게 다른 경험을 하지만, 결국 어느 정도는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치 내 안에 어떤 리듬이 이미 코딩되어 있는 것처럼. 매번 다른 하루를 살아도, 계절은 나를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이게 한다. 자연 안에 속한 인간이니까..... 나무가 계절에 따라 잎을 돋우고, 흔들리고, 잎을 떨어뜨리듯이 나도 그렇게 변한다. 어느 시기에는 바깥으로 뻗어나가고, 어느 시기에는 안쪽으로 접혀 들어간다. 그래서 요즘은 자주 되새긴다. 여름에는 언제나 그랬어. 생각해봐.  이건 지금 밖에 못하는 거야. 이것들은...

[KR] Orientation

작업을 음악으로 처음 시작했고, 10년동안 음악가라는 타이틀로 지냈기에 그게 너무 익숙해서 … 자연스럽게 음악가들이 커리어 쌓는 방식이나 작품을 알리는 하는 방식으로 일해왔고 그 흐름 안에서 끊임없이 압박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런데 미국에 이주한 뒤 신분문제로 수익활동이 전면 제한되면서… 그 흐름이 멈추었고 지난 1년간 '나라는 사람의 성격, 속도, 몸과 정신, 내 작업의 본질에 그 방식이 맞는가?' 자주 의심하고 검토했다. 그 철저한 의심 끝에 그러한 방식은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때는 어떻게든 나를 잘 다듬어 한때는 음악으로 알려지고 싶었다. 그 길을 위해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며 촬영도 하고 노래도 해봤고, 성격을 다듬어가며 음악 산업이 요구하는 커리어 패스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썼지만 이제 더이상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계속 무언가에 쫓기고 압박당하며 나를 취약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치켜세워준 적 없는 내가, 그래도 분명히 알고 있는 나의 강력한 힘이 있다. 그것은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형이상학적인 힘에 가깝다. 세상이 흩어져 있다고 믿지 않는... 복잡하고 미묘한 그 존재,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기에 나는 그것을 안다. 이제는 그것을 진심으로 믿고 싶다. 남들이 가진 것을 따라 하기보다, 나만이 가지고 있었던 힘이자 존재를 쓰고 싶다. 내가 아주 드넓은 세계로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음악은 여전히 작업의 출발점이겠지만, 더 이상 목적지가 될 필요는 없다. 작업은 점점 더 몸, 이미지, 기록, 관찰, 데이터 같은 여러 매체를 함께 요구하고 있다. 음악가보다 더 폭넓은 창작자로써 나를 정의하고 나니 (바이럴에 대한 압박감을 완전히 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후련하고 좋다.ㅠㅠ) 차근차근 나의 세계를 쌓아올리고, 결이 맞는 작업자들과 연결되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심으로 행복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