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 Orientation
작업을 음악으로 처음 시작했고, 10년동안 음악가라는 타이틀로 지냈기에 그게 너무 익숙해서 … 자연스럽게 음악가들이 커리어 쌓는 방식이나 작품을 알리는 하는 방식으로 일해왔고 그 흐름 안에서 끊임없이 압박을 느끼며 살아왔다.
그런데 미국에 이주한 뒤 신분문제로 수익활동이 전면 제한되면서… 그 흐름이 멈추었고 지난 1년간 '나라는 사람의 성격, 속도, 몸과 정신, 내 작업의 본질에 그 방식이 맞는가?' 자주 의심하고 검토했다. 그 철저한 의심 끝에 그러한 방식은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때는 어떻게든 나를 잘 다듬어 한때는 음악으로 알려지고 싶었다. 그 길을 위해 무대 공포증을 극복하며 촬영도 하고 노래도 해봤고, 성격을 다듬어가며 음악 산업이 요구하는 커리어 패스 안으로 들어가려고 애썼지만 이제 더이상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계속 무언가에 쫓기고 압박당하며 나를 취약하게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치켜세워준 적 없는 내가, 그래도 분명히 알고 있는 나의 강력한 힘이 있다. 그것은 말로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형이상학적인 힘에 가깝다. 세상이 흩어져 있다고 믿지 않는... 복잡하고 미묘한 그 존재,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나와 함께 있었기에 나는 그것을 안다.
이제는 그것을 진심으로 믿고 싶다. 남들이 가진 것을 따라 하기보다, 나만이 가지고 있었던 힘이자 존재를 쓰고 싶다.
내가 아주 드넓은 세계로 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음악은 여전히 작업의 출발점이겠지만, 더 이상 목적지가 될 필요는 없다. 작업은 점점 더 몸, 이미지, 기록, 관찰, 데이터 같은 여러 매체를 함께 요구하고 있다. 음악가보다 더 폭넓은 창작자로써 나를 정의하고 나니 (바이럴에 대한 압박감을 완전히 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후련하고 좋다.ㅠㅠ) 차근차근 나의 세계를 쌓아올리고, 결이 맞는 작업자들과 연결되는 것에 조금 더 집중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 진심으로 행복하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아주 어릴 적에 가장 많이 꾸던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자주 꾼다.
발이 공중에서 헤엄치는 감각, 날아오를 때의 두려움과 설렘, 그 모든 감정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있지만, 멀리 사람들이 보이기에 외롭지는 않은 무한한 하늘의 공간...
그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에서도 그 감정의 흔적을 매만지고 보존해보려 애써본다.
그리하여 겨우 한 방울을 잡아내면 내 모든 세포들이 정렬되고 통합된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는 지금 새로운 국면이다.
좀 더 나를 챙겨가며 멀리 보고.. 천천히 즐기면서 ..
오랜시간동안 등반하듯 나답게 가야한다.
언제나 나와 함께해준 나의 소중한 음악 '도' 만들면서..
처음 홍대에 가서 오픈마이크를 했던 그 때의 마음으로 돌아간다.
잘되어야 한다는 마음보다, 그냥 만들어보고, 발표해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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